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으며, 사회라는 공동체를 통해서 삶을 영위한다. 이런 군집생황을 하는 동물에는 개미와 벌이 있으며 등등.. 배워오지 않았던가 ? 굳이 교과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학교 또는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체감하는 바일 것이다. 오히려, 사회가 없는 곳에서의 삶은 어쩌면 상상할 수도 없으며, 상상할 생각조차도 안하지 않던가 ?
산업사회를 지나면서, 사람은 그 사회 안에서 고독해졌다고 한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했던가 ? 즉, 사람들이 모여서 큰 사회를 구성했는데 - 역시나 개개인의 의지 문제와는 별개다. 이미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오히려 예전만 못해졌다라는 의미로 간추릴 수 있겠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IT 관점에서, 언제서부터인가 개인화(Personalization)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내 경험으로는 아마도 익사이트(Excite)라는 검색 서비스가 가장 먼저 기억된다. 이 검색 서비스가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어딘가에 인수합병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그때는 야후, 알타비스타, 익사이트, 마젤란로 대표되는 검색 서비스들이 각광을 받는 시기였고, 새롭게 포탈(Portal)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트렌드가 등장하던 시기였었다. 웹브라우저를 통해서 접근하는 가장 인터넷상의 첫 페이지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전쟁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당시 Excite라는 검색 서비스에서는 화면을 편집할 수 있는 기능과 권한을 사용자에게 부여했었는데, 그런 개인적인 편집기능은 지금은 매우 흔한 기능이자 서비스이지만, 당시에는 제법 신선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한 번 사용해보고 매우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이후에는 별로 사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장 오래된 개인화의 사례라면 사례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기 쉬운데, 개인화라는 개념을 사용자 개인 편의대로 편집하고, 조정하고, 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IT 관점에서는 그런 기술과 기능을 막강하게 제공하는 것이 개인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Drag & Drop 을 제공하고, 다양한 Layout 을 제공하고, Skin 을 통해 화려하게 무장하고 등등. 그래서인지, 일반적인 포탈 시스템이나 패키지, 다양한 관련 솔루션들, 웹 서비스들에서 이런 기능과 기술에 집착(?)하는 경향들을 보여왔던 것도 사실이다.
위키피디아에서 이야기하는 개인화(Personalization)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Personalization is tailoring a consumer product, electronic or written medium to a user based on personal details or characteristics they provide.
없는 영어실력으로 간략히 해석하자면, “사용자 개인의 특성이나 성격에 기반해 상품(서비스)을 편집(제공)하는 것” 정도로 이해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의미를 살펴본다면..
- 사용자 개인의 특성이나 성격에 기반하여 - 사용자 개인의 입맛에 맞도록 하거나, 그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가장 잘 쓸 수 있는 (어쩌면 팔 수 있는) 형태로..
- 상품(서비스)를 편집(제공) 하는 것 -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용자 개인에게 최적화된 형태로 제공하는 것
결과적으로, 문제는 개개인이 어떤 기능이나 서비스를 재단하고 구성하고, 맘에 맞게 편집할 수 있도록 기능과 구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 가장 적절한 또는 가장 수긍할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것을 개인화의 핵심으로 봐야할 것 같다. 사실 쉽게 생각해도, 내가 직접 화면을 편집하고 처리하기 보다는 누군가 내가 보고싶어할만한 것들만 모아서 쫘악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게 더 매력적이지 않은가 ? 개인의 편집능력은 그 이후에도 충분히 발휘될 수 있으므로..
다시 좀 정리하자면 개인화란, 시대의 변화와 발전, 정보기술 및 각종 하이테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개인 사용자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의 범위, 깊이, 수준이 이미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된 이 시대에 그 개인이 적절한 업무 생산성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보기술 기반 일체를 의미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제공되는 각종 다양한 자원과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다시 개인의 문제가 되어버리기는 하지만..
요즈음은 개인미디어라는 말도 참 많이 사용된다. 강력한 디지털 디바이스들로 무장된 개인이 생산해내는 다양한 형식의 컨텐츠들이 인터넷이라는 전지구적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서, 예전에는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상황과 그 영향력, 그리고 그 개인을 의미하는 용어다. 이런 개인미디어는 2008년 한국사회를 강타한다.
2008년 상반기 내내 대한민국이라는 초강력(?) 디지털 국가를 뒤흔든 것은 촛불이었다.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그 소재는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이런 저런 정치적인 견해를 떠나, 한국 사회에서 "노트북 + 디지털 캠코더 + 와이브로 + 핸드폰"으로 무장한 개인들이 실시간으로 컨텥츠를 생산하고, 생산된 컨텐츠는 즉시 인터넷을 통해 브로드캐스팅된다. 다음 아고라 또는 아프리카로 대표되는 인터넷의 특정 서비스를 - 기술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별로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 - 매개체로 시위 현장의 개인 컨텐츠 생산자와 전국/전세계의 인터넷 사용자가 시공간을 뛰어 넘어 연결된다.
핸드폰 메시지로 들어오는 실시간 현장 상황들은 아고라를 통해 노출되고, 가정/회사/PC방 그리고 거리에서 연결된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각기 다른 현장의 상황을 파악한다. 아고라에 등록된 컨텐츠들, 아프리카를 통한 실시간 방송은 수많은 사용자들에 의해 토론과 투표(추천/반대)라는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절차와 방법과 방향을 제시한다. 그 결과는 또 다시 핸드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현장에 전달되고 현장은 다시 움직인다. 그 움직임은 다시 중계되고, 모니터링되고... 등의 순환을 형성한다. 또 다시 수많은 대중들은 개인방송과 올라오는 글을 보며 밤을 지새운다.
시위가 끝나면, 그 휴식기간 동안 인터넷을 통해 반성과 평가를 일으키고,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행동지침을 형성해낸다. 다음날은 한층 진보된 형식의 촛불이 등장한다.
사실 이런 시나리오는 그 어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다. 멋진 우주선, 멋진 장비, 멋진 공간, 이상한 외계인의 모습으로 대표되는 SF영화 기획자들조차도 사실 상상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 분명히, 2008년 상반기 한국 사회에서의 촛불은 이 시대에 가능한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방식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디지털 대중이 만들어내는 이 현란한 구조에 다만 입을 다물 수 없을 뿐이다. 누가 지시한 것도,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대중은 이렇게 어려운 체계를 매우 손쉽게 그리고 자생적으로 처리해낸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요점은, IT 영역이던 아니던 수많은 능력있는 개인들이 사회적인 이슈를 해결해가는 과정에, 다양한 개인기술과 능력과 장치를 이용하고, 사회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힘을 형성하고 행사하는 이런 현상 - 쉽게.. 개인과 사회가 매우 새로운 형식으로 결합되고 다시 분리되는 이 현상...
여기서 한 가지 더..
근래에 회자되는 수많은 IT 용어들 가운데 최고 인기어는 아무래도 웹2.0 이려니 싶다. 거의 2.0 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용어에 2.0을 갖다 붙이는 것도 유행이라면 유행이다. 이 웹2.0을 특징짓는 키워드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사람들은 참여/공유/개방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키워드들이 상징하는 바는 결국 사회화(Socialize)가 아닐까 싶다.
웹2.0은 산업사회를 지나오면서, 극적으로 분할된 개인들이 찾아낸 또 하나의 탈출구가 아닐까 ? 결국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다라고 현자가 말했듯이, 극단적으로 분할된 존재로서의 개인들이 현대 사회에서 그들에게 확보된 각종 도구들을 이용해서 찾아낸 것은 결국 공동체인 것이다.
이전까지의 흐름은,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능력을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면 - 이런 과정에서 무게 중심이 공동체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 - , 21세기 현재는 이렇게 성장한 개인들이 다시 또 다른 공간에서 또 다른 형식의 사회를 구성해가는 듯 하다. 이런 흐름이 인터넷과 웹을 통해 발현된 현상 하나가 바로 웹2.0은 아닐런지..?
다만, 현재 이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사회는 시간과 장소라는 차원의 제약을 넘나들고 있으며, 구성원들의 지리적 위치와 언어라는 장벽을 허물고 있다. 수많은 디지털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디지털 권력, 디지털 사회가 과연 기존 아날로그 사회 그리고 아날로그 권력과 어떤 방식으로 충돌하고 어떤 승부가 펼쳐질지 매우 기대된다.
다분히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지만,
사람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사회적인 동물이었고,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도 사회적인 동물이다. 사회는 개인들로 구성된 공동체에 다름 아니며, 사회는 개인들의 성장과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이를 통해 성장한 개인들에 의해 또 다른 성격과 형식의 사회로 탈바꿈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구성되는 새로운 사회는 이전 사회와는 질적으로 차별화되는 그런 사회일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개인화와 사회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는 결코 따로 떨어뜨려놓을 수 없는 영역이며, 상호 대립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듯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나 그리고 당신은, 단지 이와 같은 큰 흐름에 그저 몸을 맡길 뿐이다.













